동네한바퀴 358회 속초의 힘 1부
낭만해변을 걷다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편
시어머니의 유산 – 3대 이은 함경도식 가자미식해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속초 청호동에는 조금 특별한 동네가 있습니다. 바로 1.4 후퇴 당시 함경도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기 시작한 ‘아바이마을’입니다. 예전에는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없어서 오직 무동력선인 ‘갯배’를 타야만 시내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해요. 이제는 다리가 생겼지만, 주민들에게는 여전한 발이 되어주고 관광객들에겐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는 이 갯배를 타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건 3대째 대를 이어오고 있는 가자미식해 가게입니다. 이곳의 시작은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홀로 4남매를 키워낸 억척스럽고도 강인했던 시어머니였습니다. 밥 대신 좁쌀을 섞고, 따뜻한 이불을 덮어 정성으로 한 달간 삭혀내는 방식은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고수하셨던 전통 그대로의 법도이지요.
시어머니는 돌아가시기 1년 전, 며느리 현자 씨에게 곳간 열쇠를 건네며 가게를 잘 부탁한다는 당부를 남기셨습니다. 그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긴 현자 씨는 지금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손이 많이 가는 수작업을 고집합니다. 늘 몸에서 젓갈 냄새가 떠나지 않았던 시어머니처럼, 이제는 현자 씨에게도 가자미식해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인생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현자 씨의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생겼습니다. 엄마의 고단한 삶과 그 속에 담긴 가치를 발견한 딸 가영 씨가 하던 일을 접고 돌아온 것이지요. 3대 사장님이 되겠노라 선언하며 부모님 곁을 지키는 가영 씨 덕분에, 시어머니의 손맛 깃든 유산은 끊이지 않고 미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독한 그리움과 고달픈 삶을 이겨내기 위해 지켜온 이 가자미식해에는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진한 풍미가 녹아 있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톡 쏘는 감칠맛 뒤로 시어머니를 향한 며느리의 존경심과, 엄마를 향한 딸의 애틋함이 함께 느껴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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